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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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어의 정서주의와 그 한계단편/인문학 2022. 7. 11. 08:26
제가 예전에 다른 용도로 썼던 글을 적당히 줄여서 올립니다. 1. 서론 철학의 분과학문 중 하나인 윤리학은 메타 윤리학, 규범 윤리학, 응용 윤리학으로 나뉜다. 이중 도덕적 판단이 지니는 의미를 연구하는 메타 윤리학은 크게 인지주의와 비인지주의로 구분할 수 있다. 인지주의는 윤리적 진술이 여타 진술과 마찬가지로 모종의 사실을 진술하는 기능을 가지며, 이러한 윤리적 진술로 표현되는 윤리적 판단은 모종의 신념을 표현하기 때문에 참·거짓의 진리치를 갖는다는 견해이다. 반면 비인지주의는 윤리 언어의 주된 기능은 세계를 기술하거나 신념을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비인지적 상태를 표현하는 것이기 때문에, 윤리적 진술 및 판단과 관련하여 참·거짓을 가릴 수 없다는 견해이다. 인지주의를 정면으로 비판하는 것이 에이어의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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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관성의 다른 용례단편/인문학 2022. 7. 8. 20:57
1. 서론 흔히 법원 판결문에서 "피해자의 진술이 일관되는 점"과 같은 식의 진술이 사용되고는 한다. 하지만, 일반인들이 보기에 이는 일관적이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이러한 괴리가 생기는 원인은 무엇일까? 이는 법원에서 사용하는 일관성이라는 단어의 개념이 흔히 사용하는 것과 다르기 때문이다. 본고에서는 간단하게 이를 다루고자 한다. 2. 본론 법학적성시험의 논증 파트에서 논리학과 관련한 내용을 다룬다는 점에 착안하여, 서론에서 살펴본 것과 같이 법원과 일반인의 인식에 괴리가 발생하는 이유는 법원에서 논리학에서 다루는 개념을 사용하기 때문이라는 점을 생각할 수 있다. 논리학에서 문장 간의 논리적 관계를 따지는 개념이 있다. 그 중 '일관성'이라는 개념이 있는데, 이는 두 문장이 모두 참인 경우가 하나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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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로서 살아가다.단편 2022. 2. 17. 18:19
살다 보면 때로 롤 모델이 누구냐는 질문을 받게 되고는 합니다. 이는 살아가면서 어떤 인물의 삶과 행동양식을 귀감으로 삼을지를 물어보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이 롤 모델에 관한 질문을 가장 많이 받을 만한 자리는 아마 면접 자리일 겁니다. 취업 준비생을 위한 면접 질문 모음에 롤 모델에 관한 질문이 으레 있을 정도니까요. 저도 대략 10년 전에 면접 자리에서 롤 모델이 누구냐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지금이야 저도 면접관을 많이 해보니 면접관의 특정 질문이 내포하는 의도를 알고 있습니다만, 당시에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그렇기에 그 질문에는 매우 솔직하게 답했는데, 당시 제 답은 '없다'였습니다. 그 면접에는 떨어졌습니다. 지금 생각해봐도 참 당찬 대답이었는지 철부지의 치기였는지는 모르겠습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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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아카이브 총력전 경쟁에 관한 생각단편 2021. 12. 8. 08:18
1. 서론 2021년 11월 9일 한국 서비스를 개시한 넥슨의 〈블루 아카이브〉는 출시 전부터 많은 이들의 이목을 끌고 있었습니다. 그 원인으로는 준수한 일러스트나 Live 2D, 일본 서버 이용자들의 호평 등 다양한 요소를 꼽을 수 있겠지만, 특히나 디시인사이드를 중심으로 온라인에 퍼진 '몰루' 밈이 블루 아카이브가 유명해지는 데에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이렇게 출시 전부터 이목을 끌던 블루 아카이브는 자연히 흥행할 수밖에 없는 게임이 되었습니다. 11월 29일, 그런 블루 아카이브 한국 서버에 실질적인 첫 번째 대규모 경쟁컨텐츠인 '총력전: 시로&쿠로(이하 시로쿠로)'가 출시되었으며, 이 총력전에서 벌어진 과열된 경쟁 양상이 연일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본고에서는 이러한 〈블루 아카이브〉 한국 서버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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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와 예의단편 2021. 11. 23. 16:50
흔히 인간관계를 사람과 사람 사이의 개인적인 혹은 정서적인 관계로 정의하고는 한다. 이러한 인간관계의 본질은 말하는 태도에 달려있다고 볼 수 있다. 즉 관계가 깊으면 깊을수록 상대방에게 편하게 말하는 것이다. 이에 따른 부작용도 있는데, 서로 관계가 깊어질수록 일방 혹은 쌍방이 예의를 중시하지 않는 일이 흔하다. 따라서 관계의 깊음과 예의는 일반적으로 반비례한다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필자는 이렇게 관계성과 예의를 지키는 정도가 반비례함이 필연적이지는 않다고 본다. 예의란 어디까지나 예로써 올바르게 나타내는 존경을 뜻하는 단어이며, 예란 사람이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를 나타내는 말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관계와 무슨 인과관계를 가지는가? 따라서 관계를 맺을수록 무례하게 대하는 것은 그러한 이들의 불성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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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있는가단편 2021. 7. 26. 14:57
1. 정치적 올바름 최근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 PC) 운동이 한국에서도 대두되었습니다. 이는 모든 종류의 편견이 섞인 표현을 사용하지 말자는 내용을 취지로 삼는 운동입니다. 하지만 PC 운동은 수많은 논란과 비판 거리를 낳았습니다. 이를 요약하면 PC 주의자들이 사용하는 언어가 형식적인 측면에서 언어 직관성이 떨어지며, 이들이 모든 종류의 편견을 타파하자는 문구를 내건 것과 다르게 실제로는 여성과 관련한 언어적 표현에만 집중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들이 빈민층, 이민자 혹은 다문화 계층과 같은 사회 취약층에 관심을 지니는 것을 보신 적이 있나요? 이외에도 수많은 비판을 받으며 PC 운동은 일반적으로 단지 서프러제트나 극단적인 여성 우월주의 운동 그리고 성 소수자 운동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