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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블루 아카이브 총력전 경쟁에 관한 생각
    단편 2021. 12. 8. 08:18

    1. 서론

      2021년 11월 9일 한국 서비스를 개시한 넥슨의 〈블루 아카이브〉는 출시 전부터 많은 이들의 이목을 끌고 있었습니다. 그 원인으로는 준수한 일러스트나 Live 2D, 일본 서버 이용자들의 호평 등 다양한 요소를 꼽을 수 있겠지만, 특히나 디시인사이드를 중심으로 온라인에 퍼진 '몰루' 밈이 블루 아카이브가 유명해지는 데에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각주:1] 이렇게 출시 전부터 이목을 끌던 블루 아카이브는 자연히 흥행할 수밖에 없는 게임이 되었습니다. 11월 29일, 그런 블루 아카이브 한국 서버에 실질적인 첫 번째 대규모 경쟁컨텐츠인[각주:2] '총력전: 시로&쿠로(이하 시로쿠로)'가 출시되었으며, 이 총력전에서 벌어진 과열된 경쟁 양상이 연일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본고에서는 이러한 〈블루 아카이브〉 한국 서버의 첫 총력전 컨텐츠에서 경쟁이 과열된 원인과 그 실태를 다루겠습니다.


    2. 본론

    1) 원인

    ▲ 총력전 보상

      일반적인 경쟁 컨텐츠에서는 순위에 따라 보상이 차등적으로 지급되기 마련입니다. 특히나 보상으로 지급되는 재화에서 차이가 나는 경우가 많기에 보통 경쟁이 유발되고는 합니다. 하지만, 블루 아카이브 총력전에서 지급되는 재화는 크게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우선 현금을 주고 구매하는 '청휘석'은 최상위 보상과 차상위 보상이 200개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데, 이는 캐릭터 뽑기 약 2회에 해당하는 재화입니다. 캐릭터를 확정적으로 뽑을 수 있는 '천장'이 캐릭터 뽑기 200회를 요구하는 것을 봤을 때 이는 차이가 아주 미미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둘째로 '총력전 코인'은 하드코어 난이도 클리어 이용자 기준으로 한 총력전을 전부 뛰게 되면 2,280개를 받게 됩니다. 75개 차이로 경쟁이 과열되지는 않는다는 겁니다.

    ▲ '발언권'

      그렇다면 이렇게 경쟁이 과열된 원인은 뭘까요? 보상으로 지급되는 '트로피'가 그 원인입니다. 디시인사이드 블루 아카이브 마이너 갤러리에서는 이미 일본 서비스 시절부터 "플래티넘 트로피가 없으면 발언권[각주:3]이 없다"는 밈이 퍼졌고, 위의 디시콘 또한 그러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경쟁 컨텐츠에 집착하는 한국 유저들의 특성과[각주:4], 블루 아카이브라는 게임이 평소에는 10분이면 끝나는 분재 게임이기에 '실질적으로 게임을 하는 시간보다 디시인사이드에서 갤질을 하는 시간이 더 길다'라는 특성이 맞물리게 되었습니다.

    ▲ 트위터 JAZZ JACK의 그림

      그렇기에 블루 아카이브는 단순히 게임을 빠르게 끝내고 캐릭터를 감상한다는 의미의 분재 게임에서, 분재를 들고 서로 경쟁하는 분재ㅇ 게임이 될 여지를 충분히 품고 있었습니다.

    ▲ '이즈나' 캐릭터 픽업 배너

      여기에 블루 아카이브 한국 서버에서는 기존 일본 서버와 다르게 캐릭터 픽업 일정이 조정되었습니다. 한국 서버에서는 이번 총력전에서 1티어 캐릭터로 활약하는 '이즈나'와 '하루나'가 동시에 픽업 캐릭터로 잡혀, 사실상 해당 캐릭터를 뽑지 않으면 총력전 상위권으로 반등할 수 없는 구조를 띠게 되었습니다. 이는 흔히 말하는 '접대'[각주:5] 캐릭터입니다.

    ▲ AP 충전 시스템

      게다가 블루 아카이브는 사용한 AP(행동력 포인트)가 곧 레벨에 반영되는 시스템을 취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총력전의 보스는 50레벨 미만의 아군에게 경감된 대미지를 받는다'라는 점이 더해져 기존 하위권에 있던 40레벨 대의 '치타' 유저들은 하루 약 5만 원을 투자해 AP를 최대치로 충전하여, 50레벨 대에 진입하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이는 추월당한 기존의 상위권 유저들이 평소보다 AP를 더 충전하게 되는 양상을 만들어, 경쟁이 과열되게 하는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실제로 총력전 당시 디시인사이드 블루 아카이브 마이너 갤러리에 올라온 글 중에는 하위권 치타 유저가 캐릭터를 뽑고, AP를 최대한 충전하는 등의 내용이 상당수를 차지했습니다.

    ▲ 총력전 보스 시로쿠로

      한편, 시로쿠로라는 보스 자체가 가진 문제점도 있습니다. 시로쿠로는 특수장갑이라는 방어 타입을 지녔습니다. 이 특수장갑에 상성 상 유리한 신비 속성을 지닌 캐릭터가 극소수이다 보니, 보스 난이도가 쉽게 책정되었습니다. 따라서 애초에 신비 속성을 지닌 캐릭터가 적어 위에서 언급한 '이즈나'와 '하루나'만 챙기면 파티를 구성하기 쉽고, 보스 난이도가 쉽다 보니 실질적으로 누가 크리티컬을 많이 띄우는지로 순위가 갈리게 되었습니다. 이와 같은 이유로 하위권 유저들도 '어 나도 플래티넘 트로피 딸 만한데?'라는 생각을 하게 되어 경쟁이 치열해진 측면이 있습니다.


    2) 실태

    ▲ 구글 플레이 매출 순위
    ▲ 앱스토어 매출 순위
    ▲ 원스토어 매출 순위

      따라서 블루 아카이브의 매출 순위는 위와 같이 총력전 출시인 11월 29일 이후 각 스토어에서 반등하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 총력전 순위 그래프(전체) / http://m.dcinside.com/board/projectmx/766573
    ▲ 총력전 순위 그래프(~15,000 위) / http://m.dcinside.com/board/projectmx/766573

      경쟁이 치열해지다 보니 당초 일본 서버 유저들이 "하드코어 난이도를 클리어하면 10,000 위 안에 들 수 있다"고 예상한 것과는 전혀 다른 결과가 나왔습니다. 한국 서버에서는 하드코어 난이도를 끝자락에서 클리어하면 절대 순위권에 들 수 없었으며, 그전 난이도인 베리하드 난이도를 겨우 클리어하더라도 2차 보상 구간인 50,000 위 안에 들지 못하는 기형적인 순위가 형성되었습니다.

      또한 과열된 경쟁 양상의 결과로 위 그래프에서는 특히 경쟁이 치열했던 플래티넘 하위권에서는 점수가 거의 비슷한 것과 애초에 경쟁을 어느 정도 포기한 10,000 위 바깥 구간에서는 점수가 확 떨어지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 레딧 게시글

      이와 관련하여 레딧에서는 '한국 서버는 10,000 위 점수가 왜 저렇게 높냐', '한국 서버 평균적인 스펙의 유저가 불쌍하다'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습니다. 실제로 동기간 같은 총력전이 진행된 글로벌 서버에서는 하드코어는커녕 베리하드 난이도 클리어만으로 10,000 위 안에 들 수 있었습니다. 일본 서버 이용자들도 이와 비슷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3. 결론

      이상으로 블루 아카이브 한국 서버의 첫 총력전: 시로쿠로에서 나타난 경쟁 양상을 살펴보았습니다. 결론적으로 한국 서버에서 나타난 비정상적인 경쟁 양상은 보상 그 자체보다는 "발언권"이라는 이용자들의 심리적 요인에 기초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심리적 요인과 더불어 캐릭터 픽업 일정 조정과 시로쿠로라는 보스가 가진 문제점이 경쟁을 유발하는 원인이 되었습니다.

      한편, 블루 아카이브의 매출 순위는 위에서 살펴본 것과 같이 기존 순위를 지키는 것을 넘어 살짝 반등하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이 순위가 계속 유지될지, 혹은 현질을 하고서도 경쟁에서 밀려난 이용자들이 소위 말하는 '꼬접'이라는 형태로 게임을 접어 게임 순위가 하락하게 될지는 다음 총력전에서 나타나는 경쟁 양상을 통해 파악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또, 다음 총력전 보스로 추정되는 '헤세드'[각주:6]에서도 일정이 조정되어 기존 일정에 따라 픽업 캐릭터로 추정되는 '아리스'를 밀어내고 해당 총력전의 인권 캐릭터인 '미도리&모모이'가 먼저 출시될지는 지켜볼 만하다고 생각합니다.[각주:7]

      끝으로, 저는 플래티넘 트로피 오너입니다. 치얼스~


    1. 각주 1. '몰루' 밈과 관련해서는 별개의 글을 하나 쓸 수 있을 정도로 내용이 많아 본 글의 주제에서 벗어나게 되며, 이미 이를 다루고 있는 포스트가 많기에 다른 포스트를 찾아보시는 편을 권해드립니다. [본문으로]
    2. 각주 2. 기존에 '전술 대항전'이라는 아레나 형식의 경쟁 컨텐츠가 있기는 했으나, 상대적으로 총력전에 비하여 지급되는 보상이 미미하였으며 일정 순위를 달성하는 즉시 보상이 지급되는 탓에 순위를 유지할 필요가 없어 경쟁이 덜하였습니다. 실제로 전술전과 관련해서는 1위를 찍고 도망간다는 '1찍튀'라는 용어가 자주 사용됩니다. [본문으로]
    3. 각주 3. 흔히 랭크 시스템이 도입된 게임에서 :~~티어(혹은 랭크) 미만은 발언권이 없다"고 하는 것과 비슷한 맥락에서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본문으로]
    4. 각주 4. 이는 본론 후반부에서 타 국가 서버 이용자들과의 비교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한국 유저들이 비정상적으로 경쟁 컨텐츠에 집착한다는 건 이미 심리적 요인이 아닌 문화적 상수로 받아들이는 편이 적합하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관련 논증은 생략합니다. [본문으로]
    5. 각주 5. 특정 컨텐츠에서 신규 캐릭터의 성능이 유독 뛰어난 것을 의미합니다. [본문으로]
    6. 각주 6. 일본어판 '케세드' [본문으로]
    7. 각주 7. 2021년 12월 8일 오전 8시에 해당 포스트를 작성하였습니다. 글 작성 이후 시점인 8일 오후에 미도리 출시가 사실상 확정되었습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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